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질환으로 꼽히는 '파킨슨병'.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고, 환자수가 지속해서 늘고 있지만 국내 인지도는 치매나 뇌졸중에 비해 여전히 낮은 편이다. 문제는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을 잘 모르면 단순한 노화라고 생각해 방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파킨슨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기에 초기에 발견해 증상의 악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증상이 있을 때 파킨슨병을 의심해봐야 할까. 신경과 한상돈 원장(바로선병원)의 도움으로 파킨슨병의 전조증상부터 치료방법까지, 상세히 짚어봤다.
q. 파킨슨병이란 어떤 질환이고, 왜 생기는지 궁금합니다.파킨슨병은 뇌의 특정 부위에 퇴행성 변화가 발생해서 겉으로는 손발이 떨리고 몸이 조금씩 굳으면서 행동이 느려지는 병입니다. 그 퇴행성 변화가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처럼 노화의 과정에서 생기지만, 원인을 찾아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누구에게 언제 발병할지 미리 예측하는 것도 어렵죠. 때문에 의심증상이 나타날 시 조기에 진단해서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다른 숨어 있는 원인이 파킨슨병을 흉내 내는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이라는 것도 있기 때문에, 약물 복용 내력이나 뇌에 대한 검사 등을 통해 감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q. 그럼 파킨슨병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파킨슨병에 특화된 별도의 검사는 사실 없고요. 주 진단 도구는 파킨슨병 전문가의 병력 청취와 진찰 소견입니다. 좀 당황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요. 많은 퇴행성 질환들은 여전히 전문가의 직접 판단이 주 진단 기준이 됩니다. 물론 파킨슨병은 도파민의 부족 현상이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도파민 pet-ct 검사가 상당히 특화된 검사이긴 하지만, 검사가 매우 고가이고 검사가 가능한 병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모든 진단 과정에서 필수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환자의 병력과 진찰 소견상 파킨슨병이 의심되면,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은 아닌지 검토하기 위해 피검사와 머리 mri 같은 검사를 먼저 시행하고요. 다른 원인이 될 만한 것이 없을 경우 일단 파킨슨병으로 진단하고 약물 투여를 하거나 약물 투여 없이 경과를 지켜봄으로써 확진을 해 나가는 과정이 일반적입니다. 증상이 많이 진행된 후 병원을 찾은 경우,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확진을 할 수도 있지만, 어떤 분들은 1년 넘게 약을 처방해 드렸다가도 ‘아무래도 파킨슨병은 아닌 것 같다’고 결론을 내리는 사례도 있습니다.
q. 파킨슨병은 운동장애, 비운동장애로 나뉜다고 알고 있습니다. 먼저, 운동장애의 대표적인 증상들을 짚어주신다면요.운동장애 증상의 대표적인 증상은 손발이 떨리고 몸이 조금씩 굳으면서 행동이 느려지는 것입니다. 다만 손이 떨린다고 해서 다 파킨슨병과 관련된 것은 아니고요. 의학적으로 ‘안정 시 떨림’, 즉 가만히 있을 때 떨리는 경우가 파킨슨병의 증상에 해당됩니다. 가벼운 물건을 들고 있을 때 떨리는 것은 ‘본태성 진전’이라고 해서 다른 질병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이 외에도 걸음걸이가 변해서 구부정해지고 보폭이 작아지거나 팔 동작이 감소하는 것도 파킨슨병에서 흔히 동반되는 증상입니다.
q. 다음으로 비운동장애의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크게 나누자면 기억이나 정신 증상, 자율 신경 증상, 수면장애, 감각 이상 등이 있는데요. 기억력이 좀 나빠지거나 쉽게 화를 내는 성격으로 바뀌기도 하고, 갑자기 일어섰을 때 혈압이 떨어져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간간이 있습니다. 배뇨, 배변이 힘들어지고 잠을 잘 못 자거나 반복적으로 깨고, 수면 중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심하게 움직여서 같이 자는 사람을 놀라게 하기도 하죠. 이 밖에 감각이 둔해지거나 손발에 이상감각이 느껴지기도 할 정도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우울증도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죠.다만, 이런 증상들이 있다고 해서 파킨슨병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이전에 없던 증상들이 생기면 이것들을 잘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것이지 진단의 주요 포인트는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파킨슨병 증상과 함께 이들 증상이 조금씩 나타났을 때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q. 운동장애는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게 되나요?파킨슨병의 증상은 결국 도파민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치료는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거나 그 도파민을 대체하는 다른 약물을 투여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치료를 진행하면 질병 초기에는 거의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지내실 수 있습니다. 몸이 굳어지지 않도록 꾸준한 운동을 하거나 물리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는데요. 다만, 무리가 될 정도로 심한 운동은 좋지 않습니다. 무엇이든지 과한 것은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수술적 치료로 뇌 깊은 곳에 자극하는 전극을 삽입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모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고 약물 치료에 어느 정도 반응을 하는 분들에게 시도하는 것이라서, 약물 치료가 우선이라고 봐야겠습니다.
q. 이어서 비운동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요.비운동장애는 환자마다 나타나는 각각의 증상에 따라서 대증 요법을 한다고 이해하는 것을 좋겠습니다. 대증 요법이란 나타난 증상에 대해 조절하는 치료법을 말합니다.경우에 따라 환자분들이 호소하는 증상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하기도 하는데요. 인지 기능 검사나 수면 다원 검사 같은 조금 복잡한 검사뿐만 아니라 설문지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것들도 있으니 이상 증상이 있을 때는 전문의와 잘 상의하시는 게 필요합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인지 기능 개선제, 항우울제, 수면제 혹은 수면 보조제를 사용할 수 있고요. 일반적인 혈압약과는 반대 작용을 하는, 혈압을 올려주는 승압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q.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일 듯합니다. 파킨슨병,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인가요?파킨슨병 환자를 보는 의사의 입장에서 참 안타까운 부분인데요. 치매 같은 많은 퇴행성 질환들이 완치가 어려운 질환들입니다. 파킨슨병은 치료를 잘해도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악화되는 대표적인 질환이죠. 비운동장애 증상 중 인지 기능 저하를 말씀드리긴 했지만, 대부분의 파킨슨병 환자분들은 인지 기능이 많이 나빠지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의지를 갖고 관리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셔야 하는데요. 한편에서는 너무 욕심을 내서 증상을 뿌리 뽑겠다는 생각으로 약을 과하게 복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약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저는 각자가 도움 받을 수 있는 약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걸 앞당겨서 많이 복용하면 결국 나중에는 효과가 덜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에게 이렇게 말씀을 드리곤 합니다. 증상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잡기 위해 앞서 나가지 말고 증상이 심해지면 뒤따라가서 그 증상이 너무 과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고, 일상생활에 조금 덜 불편해지는 것에 만족하면서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한다고요.그리고 증상이 조금 심해졌다고 약을 무조건 강하게 쓰기보다는 어느 정도 지낼 만하면 조금 더 기다릴 수 있도록 다독여주는 것이 의료진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파킨슨병을 진단받은 분들이 언론이나 유튜브 같은 데서 나오는 얘기들에 혹해서 큰 기대를 갖고 완치시키겠다는 욕심을 내지 않으시길 바라고요. 주치의와 상의해서 나타난 증상들을 적절히 잘 관리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가족이나 주변 분들은 증상이 심해질 때 환자가 의기소침해져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옆에서 잘 도와주고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기획 = 김지연 건강 전문 아나운서도움말 = 한상돈 원장 (바로선병원 신경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