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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자극 치료'로 두통이명까지 잡는다... 美 FDA 승인받은 '이 치료'는 [인터뷰]
신경·정신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 치료의 중심은 약물이었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부작용으로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활용되는 경두개자기자극술(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이하 TMS)이 주목받고 있다. 자기장으로 뇌 신경회로를 직접 자극함으로써 약물치료가 아님에도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침습적이고 안전성이 높다는 점이 환자의 치료 선택지를 더욱 넓히고 있다. 이미 여러 임상 현장에서 뇌 자극 치료가 도입되고 있으며, 우울증·두통·불면·이명 등 다양한 질환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신경과 전문의 서지혜 원장(더큰나래신경과의원)은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의원급의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에 TMS를 적용하고 있다"라고 국내 진료 현장에서의 높은 활용도를 설명했다. TMS의 치료 원리와 방법, 장단점에 대해 서 원장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Q. 경두개자기자극치료(TMS)는 어떤 치료인가요
TMS는 두피에 자기자극 코일을 대고 자기장을 발생시켜 뇌 속에 미세한 전류를 유도하는 비약물, 비침습적 뇌 자극 치료입니다. 자극 위치는 주로 감정과 사고를 조절하는 전두엽이며, 신경세포의 활동성을 변화시키고 신경회로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자극을 반복함으로써 기능이 저하되거나 과활성화된 신경회로가 정상적인 상태로 재조정되며, 우울 및 불안뿐 아니라 이로 인한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의 증상 완화에 도움 되는 치료입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에 도움 될까요
TMS는 2008년, 미국 FDA에서 우울증 치료 효과에 대해 처음 승인받았으며 이후 우울증뿐 아니라 불안, 두통, 어지럼증, 불면, 이명, 인지저하, 만성통증 등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에까지 적용 분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특히 TMS 장비 중 미국에서 출시한 특정 장비는 2024년 청소년 우울증에 처음으로 유일하게 미 FDA 승인을 받은 장비로, 약물치료에 제한적인 소아청소년의 우울증 치료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Q. TMS의 치료 효과와 장단점에 대해 알려주세요.
TMS 치료 이후, 기존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았던 우울증 환자들 중 약 50~60%가 증상 호전을 경험했고, 30% 이상은 완전히 좋아지는 경우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됩니다.
TMS의 주요 장점은 비약물적이고 비침습적인 치료기 때문에 전신 부작용이 없으며 약물치료가 어려운 소아청소년이나 임산부, 약물 부작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시행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반면, TMS는 꾸준히, 반복적인 치료를 진행했을 때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TMS는 뇌의 신경회로를 서서히 훈련시키는 치료기 때문입니다.
또, 일부 환자는 자극 부위의 두피 통증, 찌릿한 느낌을 받기도 하며, '딱딱딱'하는 장비의 자극음에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일시적이고 경미하지만, 민감한 경우에는 자극 강도나 위치를 조절하여 불편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Q. 치료 진행 방법이 궁금합니다.
먼저 TMS 치료 전 충분한 상담과 평가가 이루어지며, 환자에게 치료가 적합한지 확인합니다. 이후 첫 치료에서는 운동영역피질을 자극하여 손의 움직임을 통해 자극 강도의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본격적인 치료는 보통 하루 1회(회당 30분 내외, 짧은 모드는 3분) 진행되며, 환자는 의자에 편안히 앉아 치료를 받으면 됩니다. 치료 기간은 보통 주 5회 기준으로 4~6주 이상을 시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TMS 치료는 기본적으로 좌측 전두엽의 기능을 높이는 '고빈도 자극 모드'가 대표적이지만, 환자의 증상과 반응에 따라 자극 부위를 바꾸거나 과흥분된 뇌 기능을 억제하는 '저빈도 자극 모드'를 사용하는 등 세밀한 맞춤 치료가 가능합니다.
Q. 약물 치료와 병행도 가능한가요
TMS는 비약물 치료로서, 기존 약물치료를 중단할 필요 없이 안전하게 병행할 수 있고, 오히려 병용 시 더 높은 우울증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 최근 발표된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서는, 항우울제와 TMS 치료를 병행한 그룹에서 항우울제만 복용한 그룹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였습니다.
또, 약물에 증상이 호전되지 않던 우울증 환자가 다른 약물로 전환하는 대신 TMS 치료를 병행하였을 때 우울 점수의 감소 폭이 더 컸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었습니다.
Q. 치료 효과는 언제쯤 나타나고, 얼마나 지속되나요
일반적으로 치료 효과는 10~15회차 전후부터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에 따라 첫 주부터 기분이 조금 가벼워졌다고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4~5주 차에 들어서 본격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의 뇌 회로가 자극에 적응하고 재조직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꾸준한 치료 이후에는 6개월에서 1년 이상 효과가 지속된다는 보고가 있으며, 증상 재발을 막기 위해 환자에 따라 치료 간격을 조절하여 유지 치료를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Q. TMS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도 있을까요
TMS는 대부분의 환자에게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지만, 몸 안에 금속성 이식물이 있는 경우에는 강한 자기장이 금속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TMS 치료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뇌 심부 자극기, 금속성 두개 내 클립, 인공와우, 심장박동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또, 뇌전증의 병력이 있는 환자도 일반적으로 치료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Q. TMS가 국내 진료 현장에 얼마나 보편화되었나요
TMS는 대학병원뿐 아니라 일반 의원급의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를 포함한 여러 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적용 질환도 우울, 불안뿐 아니라 편두통, 심인성 어지럼증, 불면, 이명, 인지장애, 통증 등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TMS 도입 초기에는 약물치료 실패 후 보조적 치료로 주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비약물, 비침습적인 장점이 있는 하나의 치료 옵션으로 고려될 만큼 그 효과와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Q. TMS 치료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치료 여부를 고민하는 환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많은 환자들이 TMS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첫 번째는 TMS를 전기경련치료(ECT)와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ECT는 뇌에 전류를 직접 흘려보내는 방식의 치료인 반면, TMS는 자기장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취나, 입원 과정 없이 외래를 통해 편하게 시행 가능합니다.
두 번째는, 1~2회의 치료로 증상이 바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환자에 따라 초기 치료에도 금방 효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TMS는 반복적 자극을 통해 신경회로에 점진적 변화를 유도하는 치료기 때문에 일정 기간 꾸준한 치료가 권장됩니다.
TMS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개인에게 적합한 치료인지 신중히 판단하고, 치료 과정에서 느끼는 변화나 어려움을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입니다. 단기간의 효과에 집착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치료 과정을 함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뇌의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듯, 환자 자신도 그 변화를 신뢰하고 기다리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