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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오래즐기려면'5원칙'꼭지키세요"...부상없는러닝완벽가이드[인터뷰]
[인터뷰] 정형외과 전문의 박상훈 원장
러닝 인구 급증하며 무릎·발목·발바닥 부상 환자 크게 늘어
조기 진단·맞춤 재활 치료 필수… 스트레칭·근력운동·휴식 등 5원칙 지켜야
편한 옷과 운동화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러닝. 하지만 러닝 인구가 늘어난 만큼 부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 무릎·발목·발바닥 통증은 물론, 과도한 훈련으로 인한 근육·인대 손상까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정형외과 전문의 박상훈 원장(파크정형외과의원)은 "가벼운 근육통은 며칠 쉬면 호전되지만, 연골이나 인대 손상은 휴식만으로 회복되기 어렵고 만성화와 재발 위험이 커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에게 러너들이 꼭 알아야 할 부상 예방법과 스포츠 재활 치료에 대해 물어봤다.
Q. 최근 러닝 인구가 크게 늘었는데, 병원에도 러닝 중 부상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많나요
네, 실제로 환자가 많이 늘었습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생활체육 참여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그중에서도 걷기·러닝이 1~2위를 차지합니다. 이런 흐름이 진료 현장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제 외래 환자 중에서도 러닝 관련 통증 환자가 꾸준히 늘어, 전체 스포츠 손상 환자의 20~30%가 러닝 관련 부상입니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만큼 준비 없이 뛰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30~40대 직장인 러너들이 새벽·야간 러닝을 즐기며 무릎이나 발목 통증을 호소하고, 50대 이상은 퇴행성 변화가 진행된 상태라 작은 무리에도 관절 손상이 빨리 오는 편입니다.
Q. 주로 어떤 부위에, 어떤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나요
가장 흔한 부위는 무릎입니다. 일명 '러너스 니(Runner's knee)'라 불리는 무릎 앞 통증이 대표적입니다. 계단 오르내릴 때 찌릿하거나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뻐근한 증상이 나타나고, 심해지면 반월상연골이나 관절 연골 손상까지 진행되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아침에 첫발을 디딜 때 유리조각을 밟는 듯 아픈 족저근막염, 발목 염좌, 아킬레스건염도 흔합니다. 초보 러너는 정강이 통증이 많고, 숙련 러너는 아킬레스건·햄스트링·고관절 같은 깊은 조직 손상이 더 자주 보입니다.
Q. 초보 러너와 숙련 러너의 부상 양상에 차이가 있나요 신체 조건도 부상에 영향을 주는지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초보자는 준비운동 부족, 잘못된 러닝화 선택, 갑작스러운 거리 증가로 무릎·정강이·발목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숙련자는 장거리를 오래 달리면서 생기는 '과사용 부상'이 많습니다.
신체 조건에 따른 영향으로는 우선 연령대가 높을수록 회복력이 떨어지고, 체중이 많이 나가면 무릎·발목에 가해지는 충격이 훨씬 커집니다. 평발이나 요족(아치가 과하게 높은 발)과 같이 발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경우 충격을 제대로 분산하지 못해 족저근막염·무릎 통증 위험을 높입니다.
Q. 잘못된 자세나 과도한 훈련 습관이 실제로 부상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요
러닝 부상의 60~70%가 잘못된 자세나 과훈련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을 만큼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발뒤꿈치로 강하게 디디는 '힐 스트라이크', 보폭을 과도하게 늘리는 '오버스트라이드', 휴식 없이 연속으로 달리는 습관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하버드 의대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발뒤꿈치 착지 러너는 전족(앞발) 착지 러너보다 무릎 통증 발생률이 훨씬 높았습니다. 착지 방식 하나만 달라도 부상 확률이 크게 바뀐다는 의미입니다.
Q. '쉬면 낫는다'는 인식도 있는데, 러닝 부상은 어떤 치료가 필요할까요
가벼운 근육통은 며칠 쉬면 호전되지만, 연골이나 인대 등 구조적 손상은 단순한 휴식만으로는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만성화되거나 재발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치료의 경우 증상 초기에는 RICE 요법(휴식·냉찜질·압박·거상)을 적용하고, 필요하면 약물이나 주사치료를 병행합니다. 이후 회복기에는 근력·유연성 회복 운동이 필요합니다.
Q. 정형외과에서 시행하는 스포츠 재활 치료에는 어떤 방법들이 있나요
정형외과에서 받을 수 있는 스포츠 재활 치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물리치료입니다. 충격파, 초음파, 전기치료 같은 장비를 활용해 통증과 염증을 줄이는 단계로, 환자들이 "마사지 기계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조직 회복을 돕는 치료입니다.
두 번째는 운동치료로, 물리치료사가 스트레칭을 지도하면서 약해진 근육을 강화하거나 균형을 잡아주는 훈련을 함께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무릎 부상 환자의 경우 허벅지 근육(대퇴사두근·햄스트링), 둔근, 종아리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줍니다.
세 번째는 주사치료입니다. 통증을 완화하고 일부 조직을 재생시키며 만성화를 예방하기 위해 시행하는데, 항염증제, 관절 윤활제(히알루론산), 프롤로, PDRN, PRP 같은 재생 주사가 대표적입니다.
결국 이 세 가지를 환자 상태에 따라 조합하는 것이 핵심이며, 가장 중요한 목표는 '다시 러닝 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입니다.
Q. 환자별로 재활 치료 과정이나 기간은 어떻게 달라지나요
우선 환자의 병력 청취와 진찰, X-ray ·초음파· MRI 등을 통해 증상의 원인을 진단합니다. 경우에 따라 보행·자세 분석도 진행하는데요. 같은 무릎 통증이라도 환자의 근육 불균형이 원인인 경우가 있고, 연골 손상이 원인인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환자별로 개인의 생활습관과 체형까지 고려해 맞춤 치료 계획을 세웁니다.
Q. 스포츠 재활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인가요
크게 다음의 네 가지를 지켜 주셔야 합니다.
• 통증 없는 범위에서만 운동하기
• 훈련 강도·거리를 갑자기 10% 이상 늘리지 않기 (10% rule)
• 근력·유연성 회복을 먼저 확보하기
• 휴식도 훈련의 일부로 생각하기
이 원칙들을 잘 지키면 회복 속도와 재활 효과가 훨씬 좋아질 수 있습니다.
Q. 부상을 입은 경우, 다시 러닝을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일까요
부위와 손상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단순 무릎 통증은 2~4주 재활 후 가벼운 조깅이 가능합니다. 아킬레스건염·족저근막염은 4주 이상, 인대·연골 손상은 몇 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습니다.
영국 스포츠의학저널(BJSM, 2015)에서도 비슷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일상생활에서 통증이 90% 이상 사라지고, 기능 검사에서 관절 안정성이 확보되면 점진적으로 러닝 복귀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제가 환자들에게 권장하고 있는 기준과 거의 같은 내용입니다.
Q. 러닝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꼭 지켜야 할 기본 원칙도 있을까요
부상 예방의 절반은 기본 습관에서 결정됩니다. 초보 러너뿐만 아니라 숙련자라도 다음의 5가지 원칙을 꼭 지켜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준비운동·마무리 스트레칭: 신발만 고쳐 신고 바로 뛰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종아리, 허벅지, 둔근 스트레칭만 잘 해도 부상 확률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 근력운동: "나는 러닝만 한다"는 사람일수록 근육 불균형이 생기기 쉽습니다. 특히 코어와 둔근, 허벅지를 강화하는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무릎과 발목을 더 안전하게 지탱할 수 있습니다.
• 러닝화 선택: 디자인보다는 본인 발 모양에 잘 맞고 체중부하 흡수력이 적합한 제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냥 발을 넣어만 봤을 때와 살짝 눌러 딛는 과정에서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또한 러닝화는 밑창이 멀쩡해 보여도 충격 흡수 능력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600~800km 정도 달리면 교체하는 것이 좋습니다.
• 훈련량: 흔히 "어제 5km 뛰었으니 오늘은 6km" 식으로 무리하게 훈련량을 늘리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리나 시간을 하루에 10% 이상 갑자기 늘리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 휴식: 달리기만큼이나 회복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근육과 인대가 더 튼튼해집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러닝을 꾸준히,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스트레칭, 근력운동, 적합한 러닝화, 점진적 훈련량 증대,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Q. 끝으로 러닝을 즐기는 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러닝은 단순하지만 몸에 충격이 큰 운동입니다. '더 빠르게, 더 멀리' 달리기보다 '꾸준히, 오래' 달리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작은 통증을 무시하지 말고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러닝을 오래 즐길 수 있는 비결입니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는 것인 만큼, 몸의 신호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즐기셨으면 합니다.